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며 직장인을 위한 마음 건강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황준철 박사가 처음으로 선택한 '직장'은 제일기획이었어요. 제일기획에서 국내 광고회사 최초로 사내 심리상담실을 구축했죠.

이 무렵 황준철 박사의 가장 큰 고민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듀얼 릴레이션십'이었어요. 매일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동료들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내담자와 상담실을 벗어나 개인적인 관계를 맺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 규정을 지키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황준철 박사는 회사 바깥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상담사'가 아니라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로 1년에 700명에 달하는 선후배들을 만났죠. 일명 '술존주의'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사내 구성원 마음 건강 프로젝트에 십분 활용했고요.

그래서 황준철 박사는 내담자들에게 '공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요. '이래서 힘들었구나' 하는 공감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거든요. 상담을 통한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야 비로소 상담의 '효과'를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황준철 박사는 공감보다는 해결을 주문하는 편입니다. MBTI식으로 말하자면, F보다는 T 성향이 강한 상담사라고나 할까요.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때때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나요. 스스로의 내적 성장을 판단하는 기준을 바깥의 타인에게서 찾는 거죠. 그런 매일의 작은 인정은 '자신감'이 되고, 그것들이 쌓이면 '자존감'이 되죠. 또 때로는 주변 동료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심'을 세우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위해서 매일매일 마주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 가며 직장에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